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인 이른바 '얼차려'를 받다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육군 훈련병이 완전 군장을 한 채 규정보다 긴 거리를 구보하고 군장한 채로 팔굽혀펴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숨진 훈련병은 완전 군장을 한 채 연병장 2바퀴를 보행한 뒤, 지시에 따라 군장 상태에서 뛰다 쓰러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보행과 구보를 합친 거리는 1.5km 정도로 파악됩니다.
군 관계자는 "통상 20kg 이상인 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육군 규정상 완전 군장을 한 상태에서는 구보 대신 걷기만 가능하고, 걷더라도 1회 당 1km 이내만 지시가 가능합니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맨몸인 상태에서 1회 최대 20번까지 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육군은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식별되어 현재 민간 경찰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 쯤 강원도 인제군 소재 모 부대에서 훈련병 1명이 군기훈련 중에 쓰러졌습니다. 이 훈련병은 민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그제(25일) 오후 숨졌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오늘(27일) 보도자료를 내고 훈련병 6명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이번 사망 사고는 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을 해 발생한 참사"라며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얼차려에 병사가 사망한 것으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얼차려를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중대장 이상 단위부대의 장이고, 집행자는 하사 이상 전 간부"라며 "누가 무리한 얼차려를 부여하도록 명령하고 집행을 감독하였는지 확인하여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망 훈련병 동기 부모 "까만 소변 나왔다"… '횡문근융해증' 가능성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사망한 훈련병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까만 소변이 나왔다는 사망한 훈련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에는 자신을 사망한 훈련병 동기의 부모라 밝힌 A씨가 남긴 댓글이 첨부됐다. A씨는 당시 "점호 불량으로 6명에게 20kg을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kg으로 만들어 메고 3시간 정도 뺑뺑이 벌과 얼차려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중 한 명이 다리 인대 근육이 다 파열돼 시퍼렇게 되고 쓰러져 의무실에 있는데도 기절하는 척하는 줄 알고 이송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이가 게거품을 물고 상태가 악화돼 민간병원으로 이송한 후 사망했다"며 "소변으로 까만 물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A씨의 글은 26일 밤 10시22분에 작성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훈련병들이 일요일인 26일 핸드폰을 받으니 부모님한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26일 저녁 8시에 뉴스가 떴고 뉴스에 없던 '6명 완전 군장 뺑뺑이' 내용도 있다"며 댓글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뉴시스에 따르면 사망 훈련병을 부검한 결과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괴사하면서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돼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무리한 운동, 과도한 체온 상승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사 출처: 머니s 2024.5. 28.